Home LOGIN

회원로그인

ID/PW 찾기회원가입

Favorite

47. 유행병 창궐과 이사

2015.10.12 10:34

aesan 조회 수:910

한국보(韓國補) 목사의 딸 무옥(茂玉)이가 별안간 돌아왔다. 그의 보고(報告)는 한목사(韓牧師)는 4월 28일 아침에 평양급행열차(平壤急行列車)를 타고 가던 중 성진역(城津驛)에 오니 성진보안서원(城津保安署員)이 하차(下車)를 시켜 행방(行方)을 사문(査問)하기 시작(始作)하여 곤란이 심하였다. 무옥(茂玉)양은 항의(抗議)를 제출(提出)하되 우리 가족일동(家族一同)이 청진(淸津)서 먹고 살 수 없어 사리원(沙里院) 우리 친척(親戚)의 집을 찾아 가는 중이데 소지금(所持金)이라고는 남은 것이 몇 백원 뿐이니 당신(當身)네들이 우리의 생활을 책임지고 살도록 하겠는가고 준론(埈論)을 시(試)하였다. 그러면 돌아가게 하겠다고 처음에는 부송하물(付送荷物)까지 도로 찾았다가 또 다시 부쳐주어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행로난(行路難)은 말할 수 없이 곤란하다. 부자형제(父子兄弟)도 남북(南北)에 나누워 있어 서로 볼 수 없게 되니 참 답답한 일이다. 막힌 장벽(障壁)을 헐기 위하여 힘써 기도할 것이다. 요사이 유행병(流行病)이 창궐(猖獗)하여 교인들의 고통(苦痛)이 심하다.


전형기(全亨基) 장로의 집에는 가족(家族) 8인 중 장로 한분만 남기고 그 나머지 일곱명은 다 병(病)에 걸려 고통(苦痛)하는 고로 전장로(全長老)는 노년(老年)이 이미 육십여(六十餘)인데 일곱 명의 병자(病者)를 거느리고 혼자 간호(看護) 겸(兼) 취사(炊事)를 다 자위(自爲)로 하니 보기 참 민망(憫惘)하여 주께 간구할 뿐이다.


장집사(張執事)의 집 이층에 가구(家具)를 옮기고 휴식에 들었는데 밤중에 누가 문(門)을 두드려 열기를 청한다. 요사이 강도(强盜)가 횡행(橫行)하여 얼른 열어주기 어려운 고로 장군(張君)은 누구냐 재삼차간(再三次間) 하였다. 나는 보안서원(保安署員)이라고 하며 열기를 강청(强請)한다. 당국의 주의(注意)를 받는 이 노물(老物)로 인하여 무죄(無罪)한 장집사(張執事)까지 누를 끼치나보다 하고 하회(下回)를 기다리던 차 서원(署員)의 말이 요사이 오일절(五一節)을 기념(記念)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외등(外燈)을 달라는 것이다. 한(限) 십일 동안 전등료(電燈料)는 없으니 불가불(不可不) 켜야 한다고. 요사이 절도(竊盜)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외등(外燈)을 뽑아가는 해(奚)가 많으니 어찌느냐고 한즉 순시(巡視)가 담보(擔保)할 터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나의 침구(寢具)를 옮긴 것을 교우가 태반(太半)이나 알지 못하게 왔다. 모두들 아연하며 놀라는 기색(氣色)을 보인다. 오래 그 주택에 거주(居住)할 줄 알았던 것이 별안간 새 목사가 오고 익숙하던 목사가 집을 비우고 타처(他處)로 옮긴 것 모두들 의외(意外)라고 한다. 내가 청진(淸津)을 곧 떠나는 것이 아니고 또 언제든 한번은 이런 질경이 있을 것이니 별(別)로 경악(驚愕)하지 말라고 부탁(付託)하였다. 교우들이 그런 말을 들었으나 믿지는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