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설교집을 출판하면서

애산(愛山) 김진호(金鎭浩)는 후손들에게 넓은 터전과 문화 속에서 살아 갈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1873년 청풍 김씨(淸風金氏) 24대손으로 사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고 1899년 26세에 500년 넘게 조상들이 살던 경북(慶北) 상주(尙州)에서 아브라함처럼 떠났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김진호는 변화되어가는 모습에 문화적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모든 가족을 서울로 불러드려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녀와 손자녀들에게 기독교와 신교육을 접하게 하여 번성하는 축복을 받게 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저의 할아버지 김진호(金鎭浩) 목사님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뿌리 깊은 유교교육을 받아 유교사상에 젖어 계시던 할아버지는 기독교 신앙으로 모든 삶을 바꾸셨고, 감리교회와 기독교 교육기관에서 일하며 독립운동을 했고, 이러한 나라 격변기에 감리교 목사로 활동 하셨습니다.

김진호 셋째아들 김희영은 ‘코흘리개였던 내가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회상하는 글이 있습니다. 또한 손자 김상면은 말하기를 ‘나의 결단과 행동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굴곡지고 험난한 일생을 사신 할아버지를 되돌아보며 가족들이 할아버지가 남기신 기록물들을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김진호 목사님의 양력은 따로 별첨 되니 자세한 이야기는 접고, 애산 김진호 할아버지에 대해서 가족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어 봅니다.

할아버지는 늘 기록하기를 즐겨하셨습니다. 매일 일기를 적으셨고, 또 성경을 보며 설교를 한 페이지에 한 편씩 늘 기록하고자 하셨습니다. 즉 설교 준비에 목마르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무화과(無花果) 설교집입니다. 그리고 한글에 관해서, 한국역사에 관해서 기록하셨고, 빙어(氷語)라는 여러 글과 사설(私說)을 쓰셨습니다. 또한 일기(日記)와 한시집(漢詩集)도 있고, 병중쇄록(病中鎖錄), 북선전도약사(北鮮傳道略史)란 기록물을 남기셨습니다.

이 기록물들은 김진호의 셋째 아들 김희영이 보관하다가 손자 김상면이 비닐로 싸고 종이상자에 넣어 1997년까지 집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목회를 시작한 손자 김주황에게 넘겼고 현재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후에 애산기념관이 세워진다면 좋은 자료로 연구되어지고 전시되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몇몇 책들을 기독교와 감리교 역사를 연구하시는 윤춘병 감독님이 연구차 빌려 가셨고, 감리교 신학대학 역사박물관에 있던 것을 다시 회수하였습니다.

이 여러 기록물 중에 무화과(無花果)란 제목으로 쓴 설교집이 여러 권 있습니다. 필기체초서(筆記體草書)로 기록한 한문설교가 약 1,500여 편이 있고, 한글 설교가 1,500여 편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기독교 집안이기에 기록물 중 초서 한문설교를 먼저 번역하기로 하였습니다. 무불달(無不達) 오세종 목사님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순한문으로 쓴 설교가 이것 외에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역사에 참으로 귀한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 한문초서 필기체이기에 보기도 번역하기도 불가능하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한문초서를 잘 아시는 한학자를 소개해 달라고 여러 목사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몇 번 시도와 실패를 하던 중 미국에서 사는 손자 김상범이 자진해서 후원하기로 했고 또한 수소문한 끝에 초서 번역하시는 조면희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여름부터 초서한문을 정자체 한문으로 번역하고, 정자체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실서당 훈장님이신 무불달 오세종 목사님이 고어체로 번역된 무화과 내용을 현대 사용되는 기독교언어로 수정해 주셨고 출판에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2010년 12월 말 노트에 쓴 한문설교 70여편 한 권을 번역 완료 했고, 이제 첫 번째 결실로 세상에 내놓고자 합니다. 또한 계속해서 한문 무화과 설교집 2권 3권 계속해서 번역 출판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번 번역된 무화과 설교들을 보면 그 당시의 역사와 신앙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설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1927년-1930년) 정동교회와 배재학당에서 설교하던 다른 목사님의 설교들도 있습니다. 귀한 설교 자료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1998년 8월 15일 광복절(건국 50주년)에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과 훈장을 받아 독립유공자로 지정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참으로 신앙 안에서 나라를 사랑한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고 본받아야 할 신앙과 나라사랑입니다.

국운이 쇠락해가며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참기 어려워하던 할아버지는 ‘우리 구원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절친한 친구와 함께 승동교회에 출석했다가 1905년 사건으로 인하여 상동교회를 담임한 전덕기 목사를 만났습니다. 상동교회는 애국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옥소학교와 청년학원에서 함께 일하며 신민회(新民會) 활동을 했고 그 후 정동교회를 다니며 배재학당 교목과 역사 선생님으로 20여년 봉직하시며 배재 학생들과 삼일운동을 하시다가 장기간 고문(拷問)과 옥고(獄苦)를 치르셨습니다. 그 공로가 인정되어 상을 받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육하며 목회하신 할아버지의 기록물들은 가족에게도 귀중한 것이지만 교회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이 일을 위해서 기도하며 주 안에서 하나가 되어 그 동안 방치되고 숨겨져 있던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지금 할아버지 모습은 뵐 수 없고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지만 기록물을 통해서 할아버지의 생각과 음성을 듣는 듯합니다. 무화과 설교집이 목회를 하던 할아버지가 하나님의 말씀에 감동하여 쓴 글들이니 우리에게도 감동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온 가족이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대표 손자 김상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