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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중 역사소설을 보고 쓴 시(詩)


간수장(看守長)에게 말하여 맡겨 둔 안경과 확대경(擴大鏡)을 좀 달라 하여 옷의 이도 잡고 차입(差入)한 서물(書物)도 읽도록 하시오 하였더니 허락(許諾)한다. 이 후로 보안서(保安署)에서 준 서물(書物) 각종(各種)을 읽기 시작하여 막스 유물론(唯物論)과 연변위원(延邊委員)들의 연설(演說)과 김일성장군(將軍)의 연설(演說)과 사회주의(社會主義) 서물(書物)을 읽었다. 그리고 같은 수인(囚人)이 가져온 금삼(錦衫)의 혈(血)이라는 역사소설(歷史小說)을 읽고 한시(漢詩) 두수를 읊으니


<一> 폐비윤씨(廢妃尹氏)


윤씨소용절세연, 일신총애관삼천, 방서이여중자격, 무고하유지밀천.

尹氏昭容絶世娟, 一身寵愛冠三千. 榜書已與重慈隔, 巫蠱何由至密遷.


내이조흔옥체범, 오호혈색금삼전. 고분삼척수능호, 풍곡시시문초연.

奈爾爪痕玉體犯, 嗚乎血色錦杉傳. 孤墳三尺誰能護, 楓哭時時聞愀然.


*해설 : 폐비윤씨(광해군 생모. 소설 <금삼의 피>를 읽고 그 느낌을 읊음)


윤씨의 환한 얼굴, 세상에 뛰어나게 예뻐서

한 몸에 받은 총애 삼천궁녀 중 으뜸이었지.

비방하는 방서는 이미 중자전에게 막혔는데

무함하는 사건은 왜 왕궁에까지 들어왔을까?

어째서 손톱자국은 임금의 옥체까지 범했나

안타깝다! 핏자국은 비단 적삼에 전하여졌네.

석자 높이의 외로운 무덤 누가 지킬 것인가

신나무 울음소리만 때때로 슬프게 들려오네.


*낱말

1.방서이여중자격榜書已與重慈隔, : 윤씨를 모함하는 한글 대자보가 나붙고, 대왕대비[重慈] 인수대비가 윤씨 복위를 반대하였음.

2.무고사건 : 윤씨에게 사약을 내리도록 궁녀들이 조직적으로 윤씨의 비행을 무고(속여알림)한 사건.

3.조흔爪痕 : 성종의 얼굴을 윤씨가 손톱으로 할퀸 일.

4.금삼錦杉 : 윤씨가 죽을 때 피 묻은 적삼을 친정어머니에게 전해주어 연산군의 폭정의 계기가 됨


<二>. 폐왕(廢王)연산


연산왕사실난심, 이효성광병국심. 설화비산다사루, 혈흔경패소왕심.

燕山往事實難諶, 以孝成狂病國深. 舌禍悲酸多士淚, 血痕驚悖少王心.


묘정원불청류애, 옥가하유절벽심? 성유재인부사직, 궁문일패항륜음.

廟廷元不淸流愛, 玉駕何由絶壁尋? 成柳諸人扶社稷, 宮門一閉降倫音.


*해설 : 왕위에서 쫓겨난 연산군


연산군의 지난 일들 실로 믿어지기 어렵다오,

효성 때문에 미쳐서 나라까지 깊이 병들었지.

설화로 일어난 사화들로 많은 선비들 울었고

핏자국으로 놀란 젊은 왕은 패악스러워졌다네.

왕궁에서는 본래 청렴한 사람들 싫어하거늘

왕의 어가는 무엇 때문에 양화도를 찾았는가?

성씨와 유씨 같은 사람들은 나라를 붙들려고

궁문을 닫아버리자 임금은 항복 문서 내렸네.


*낱말

1.묘정원불청류애廟廷元不淸流愛 : 성희안이 성심원불애청류聖心元不愛淸流라고 하여 연산군을 풍자한 데서 나옴.

2.절벽絶壁 : 월산대군의 별장이 있는 양화도를 가리키고 이곳에 연산군과 함께 성희안이 왔다가 위의 글을 쓴 것이 미워서 성희안을 강등시켰고 뒷날 성희안은 중종반정을 일으킴.

3.성류成柳 : 반정공신 일등인 성희안成希顔과 유순정柳順汀을 가리킨 듯


<한시 탈초 및 번역 조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