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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감옥생활과 소련보안부 심문

2015.10.08 11:34

aesan 조회 수:861

3. 감옥생활과 소련보안부 심문


* 80명 입옥(入獄)과 심문


31일 밤 10시쯤에 미지(未知)의 청년 5인이 찾아와서 바로 침실(寢室)로 침입(侵入)하여 하는 말이 “나는 보안서(保安署)에서 왔소.” 가택수색(家宅搜索)을 시작(始作)하였다. “이렇게 하는 일을 아십니까?” “나는 모르겠오.” 그 때 만주(滿洲)에서 피난(避難)하여 온 목사 신강현(愼光顯)씨가 우리 주택에 같이 있을 때라.


나의 물품(物品)과 신목사 물품(物品)을 분별(分別)없이 일일(一一) 수색(搜索)하여 보고 교회 교인명부(敎人名簿)와 전도인명부(傳道人名簿)와 나의 기록(記錄)한 북선전도약사(北鮮傳道畧史)와 나의 초록(抄錄)한 조선어문법(朝鮮語文法)과 조선역사(朝鮮歷史)와 최남선(崔南善) 저술(著述)인 고사통(故事通) 일책(一冊)과 채 기억(記憶)되지 않은 것도 많이 혼입(混入)하고 기외(其外)에 필묵(筆墨) 등도 전부 압수(押收)하여 가고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여 따라갔다.


생전(生前) 처음 보는 보안서(保安署)를 갔다. 어느 서원(署員)인지는 몰라도 왜 시정(時政)을 비방(誹謗)하느냐고 하며 거기 앉으라 명(命)하고 조금 있다가 남학생(男學生) 최영수, 장동식 두명을 불러 오더니 “이 학생을 아느냐.” “안다.”고 답(答)하였다. 생도(生徒)더러 묻기를 “이사람 아느냐.”고 묻는다. “안다.”고 답(答)하니 “그러면 주범(主犯)이 있으니 너희들은 죄(罪)가 없다. 가 있거라.” 하는지라.


서원(署員) 일인(一人)을 부르더니 유치장(留置場) 9호실에 가두라고 한다. 나는 그 서원(署員)을 따라 유치장(留置場)에 오니 전 창고(倉庫)를 이용(利用)하여 죄인(罪人) 유치소(留置所)를 만든 모양인데 소지물품(所持物品)을 전부 맡기라 하여 몸을 전부 뒤져 찾아내더니 어느 수건(手巾)에 싸서 두고 나더러 9호실로 들어가라 한다. 들어가 보니 분곽(粉槨)만한 좁은 방내(房內)에서 전부 18명이 있다. 사람위에 사람이 포개어 누웠고 눕지 못해 앉은 사람도 있고 앉되 쪼그리고 앉으며 다리는 펼 수도 없고 허리는 굽힐 수도 없어 온몸을 용납(容納)할 수 없이 콩길공닥아리처럼 박혀있다.

 

금년(今年)에 여년(余年)이 70세(歲)라 이 노물(老物)이 이런 취가(吹坷)에 함(陷)하였으니 죽지 않을 수 없고 살 희망(希望)은 조금도 없다. 즉시(卽時) 업디여 기도하기를 “주의 처분(處分)대로 유치장(留置場)에서 떠나게 하시던 보호(保護)로 살게 하시던지 이 자식의 생사존망(生死存亡)을 전부 주께 맡기오니 처분(處分)대로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간단(簡單)한 기도를 드렸다.


밤을 지내고 아침이 되니 마치 서리 맞은 풀같이 힘을 쓸 수 없다. 수인(囚人) 18명이 사식(私食)을 먹는 이도 있고 관식(官食)을 먹는 이도 있어 사식(私食)먹는 이는 혼자 먹을 수 없어 자연 주린 사람과 같이 분식(分食)하게 되고 또 흡연문제(吸煙問題)는 다소(多少) 방임(放任)은 하지만은 그렇게 방임(放任)도 아니다. 호외(戶外)로 연기(煙氣)가 있으면 간수(看守)들의 질책(叱責)이 여간(如干) 아니다. 그러나 담배를 거절(拒絶)치 못하고 그 안에서도 무슨 수를 쓰던지 기어이 사들이던지 친구의 소개로 구하던지 하여 담배 피우는 습성(習性)을 고치지 못한다. 연벽(烟癖)의 중독(中毒)이 되었구나 하고 다시 생각하니 담배가 있으면 성냥이 없고 성냥이 있으면 담배가 없게 된다.


이것을 구하기 위하여 수인들끼리 없는 것을 주고 서로 꾸어 먹고 그것도 할 수가 없으면 아주 미칠 지경이다. 그 뿐인가 담배를 피우다 내버린 꽁초를 찾아 다시 종이에 말아 피우는 등 담배에 종된 것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도 약(弱)하여 억매이게 되니 죄(罪)의 종된 사람들은 다 그 종류로 볼 수 있다. 자욱한 담배연기 가운데 파묻힌 노물(老物)은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희황하여 누워야겠는데 같이 갇힌 죄수(罪囚) 김일수씨가 “노인장(老人丈) 좀 누우시지요.” 하고 자리를 좀 비켜준다. 나는 어찌 고마운지 눕기 전에 업디여 기도하고 “밤사이에 죽지 않은 것 또 주님의 은혜올시다. 또 이날을 맞이할 때에도 주님 같이 하시기 원(願)합니다.아-멘.” 다시 누워 잠깐 눈을 붙이었다.


별안간 보안서에서 호출이 있다. 동저고리에 게다짝을 신고 보안서에 갔다. 재작일(再昨日) 우리집에 가택수사(家宅搜査)하던 이가 묻기를 “혁신단(革新團)을 아느냐”고 묻는다 “알지 못하오.” “정녕 모르오.” “정녕히 모르오.” 그 말만 묻고 도로 유치장에 가라고 서원(署員) 래동(來同)하여 왔다.

동수(同囚)들은 묻는다. “무슨 까닭으로 저런 노인(老人)이 들어왔느냐.”고 “나는 전연(全然) 알수 없다.”고 답(答)하였다. 옆에 있는 지창헌(池彰憲)군은 바로 우리집 옆집에 있는 사람으로 사식(私食)도 허락(許諾)지 않고 종일토록 서라고 명(命)하여 방내(房內)에서 서서있다. 상당(相當)히 중죄(重罪)인 것 같다. 나는 이곳에 들어 온 후로 늘 기도하였다. 그제야 옆에 사람들이 저 노인(老人)이 아마 목사인가 보다하고 “목사님 무슨 죄가 있어 들어오셨는가요.” 조금 있다 어느 서원(署員)이 들어오더니 수인(囚人)들의 죄(罪)명을 각각 묻는다. 나에게 이르러 “당신이 목사냐”고 묻고 죄명(罪名)은 묻지 않는다.


9호실의 사람 중 청년 일인(一人)이 실외(室外)에 나가 각방(各房)에 있는 수인(囚人)들의 성명(姓名)을 아는지라. 신창균(申昌均)이란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자기가 오늘 보안서(保安署)에 갔었는데 신창균(申昌均)이란 사람이 잡혀 와서 공당공당 방아질이 무슨 말이냐고 하여 뺨을 치며 심문(審問)하고 지금(至今)은 유치장(留置場) 7호실에 있으며 사식(私食)도 갔다 먹는다고 한다.


그것은 수색(搜索)당시(當時)에 어느 책(冊)속에 글 한 장(章)이 발견(發見)되었는데 시적(詩的) 또 비방적(誹謗的)으로 시대(時代)를 풍자(諷刺)하여 지은 시(詩)인데 신창균(申昌均)씨의 소저(所著)라. 그것을 없애지 못하고 두었던 것이 발견(發見)되여 취조시(取調時)에 바로 말하라 내가 짓지 않은 것을 내가 지였다 할 수 없어 신창균(申昌均)씨의 소저(所著)라고 답(答)하였더니 이것으로 유(由)하여 피검(被檢)이 된 듯하다.


백인(伯仁)이 유아면사(由我面死?)라는 말과 같이 신장로(申長老)의 고생은 나의 탓이다. 내가 그 허물을 덮어쓰지 못하고 직고(直告)한 것이 나의 허물이다. 나는 다시 변명(卞明)하기를 “신창균(申昌均)씨가 근일(近日) 남한(南韓)에 있는 그 아들의 집에 갔다가 남한(南韓)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은 것이고 그 글이 비방문(誹謗文)이고 조선(朝鮮)사람이 다 알아야 하는 정감록(鄭鑑錄)과 같이 지은 것이라. 신씨가 그것을 듣고 기록(記錄)한 것뿐이고 신씨의 창의(創意)가 아니라.”고 답(答)하였다.


하루는 서장(署長)이 와서 감방(監房)마다 검시(檢視)하고 나더러 묻는 말이 “요사이에도 시(詩)를 잘짓느냐”고 “무슨 시(詩)요” 하니 “공당공당방아질 말이오.” “그것을 내가 지은 줄 아시요” 하고 서로 문답이 되여 유치장(留置場)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이 떠들었다. 몹시 신경병(神經病)인 것 같다. 서장의 체면도 있겠는데 어찌 그리 경부(輕浮)하냐고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경부(輕浮)한 청년들을 갔다 구속(拘束)하였으니 자연 사책(査嘖)한 회포(懷抱)가 발(發)하여 혹 노래도 하고 이 야야기도 하는 중 혹 성급(性急)한 서원(署員)에게 발견(發見)되면 혹 구타(毆打) 혹 질책(叱責)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 후로는 감방제도(監房制度)가 매우 완화(緩和)되었지만 그래도 성급(性急)한 서원(署員)을 만나면 아주 자유가 없다. 나는 종일(終日) 앉았을 뿐이고 그렇지 않으면 업디여 기도한다. 옆에 사람들이 “기도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신 신(神)이 이 가운데도 계시며 나의 사정(事情)을 다 고(告)하여 어엽비 보시면 갇힌 사람도 놓일 수도 있고 죽을 사람도 살릴 수도 있고 근심 있는 사람도 위로(慰勞) 받을 수 있는지라. 고로 기도가 우리들의 큰 위로(慰勞)라”고 답(答)하였더니 그들도 기도를 청하여 같이 업디여 아멘할 때 같이 아멘하며 아침마다 규칙(規則)을 정(定)하여 기도하고 혹 내가 솔선(率先)하지 않으면 먼저 청하여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