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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날라오는 비행기

2013.12.05 21:11

aesan 조회 수:941

* 날라 오는 비행기


이날 밤은 다리를 뻣고 잠을 자고 그 이튿날(15일)은 아침부터 북으로부터 비행기(飛行機)가 날라 오는데 5-6기(機) 혹 7-8기(機)씩 작대(作隊)를 하여 장흥(章興) 상공(上空)을 지나 나남방면(羅南方面)으로 가면 쾅소리가 들리고 나남(羅南)으로부터 치밀려 오는 흑연(黑煙)은 장흥(章興)골짜기가 메이도록 올라오고 무슨 악취(惡臭)가 연기(煙氣)와 화(和)하여 오는데 아마도 인축(人畜)의 사상(死傷)이 많은 것을 짐작하고 몹시도 근심하였다. 종용(從容)히 개울물가에 나아가 어느 평평(平平)한 바윗돌 위에 앉어 기도하고 발도 씻고 하는 중 별안간 비행기(飛行機)가 날라 오는데 몹시도 저공(低空)으로 날러 휙 한 바퀴를 돌고 남(南)으로 간다. 나 한사람을 보고 도는 것 아니겠지만은 자연 피할 수밖에 없어 어느 풀포기를 찾아 숨었다.


잠시(暫時)도 안심을 할 수가 없어 도로 집으로 오는데 고목(古木)나무 그늘 밑에서 수삼(數三) 촌노(村老)들이 모여 이야기를 한다. 나도 한쪽에 들어 인사(人事) 하고 직성명(直姓名) 한 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始作)하였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지난 사흘 동안에 조선 천지(天地)가 온통 변(變)하여 그렇게도 우리 민족을 못살게 굴던 일인병(日人兵)들이 그림자도 없이 다 쫓겨 갔으니 참 알 수 없는 이유라 한다.


나는 이것이 전도(傳道)할 기회로 생각하고 “여보오 그것을 알지 못해 궁금하오. 그러면 하나님을 믿으시요. 천지(天地)만물(萬物)을 주관(主管)하시고 만고(萬古)흥망(興亡)을 주장(主張)하시는 하나님 조선(朝鮮)민족(民族)을 불쌍히 여겨 36년 동안 고생 고통(苦痛)하는 것을 보시고 또 하나님을 믿은 사람들의 소리없는 기도를 들으시고 이처럼 해방(解放)하여 주신 줄 모르십니까. 국가(國家) 뿐 아니라 개인(個人)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다 하나님께 달렸으니 당신네들도 예수를 믿으시고 하나님의 법도대로 살기를 시작(始作)하시요. 우리가 36년동안 고통(苦痛)살이를 겪은 것은 예전에 하나님을 모르고 그 법도를 어김으로 되였으니 앞으로는 좀 깨달아야 합니다.” 촌노(村老)들은 그 말을 옳게 여겨도 믿는데는 머리를 흔든다. 하여튼 이렇게 믿기가 그렇게 어렵다.


* 깊은 골 임시초막


촌노인(村老人)은 이곳 장흥역(章興驛)도 도피처(逃避處)가 아니라고 하여 뒷산 깊은 골에 들어가 임시(臨時)로 초막(草幕)을 짓고 날마다 그 자제 박종건(朴鍾健)씨는 부처(夫妻)와 그 곳 올라가 밤을 지내기도 하고 낮에도 가끔 올라간다. 김 집사(執事)도 막(幕)을 지여 보려고 그 곳을 가보았다. 집에서 거리(距離)가 초원(稍遠)(아득이 멈)하여 내왕(來往)도 불편하거니와 물자(物資)와 노력(勞力)이 너무 과도(過度)히 들어 감당(堪當)하기 이한 고로 파의(破意)하였다.


장흥(章興)서 장연옥(張連玉) 속장(屬長)이 있는 곳이 한(限) 십리(十里)가 된다고 하여 처(妻)와 김 집사(執事)는 그 곳을 찾어 가보았다. 무산방면(茂山方面)으로 들어가는 초입(初入)이고 일병(日兵)들의 왕래(往來)가 빈번(頻繁)하다고 하여 그 곳도 집이 없어서 따로 초막(草幕)을 지으면 하나 역시 기구(器具)가 불급(不及)이라 할 수 없고 장 속장(屬長)도 역시 남에게 신세(身勢)를 지고 있는 터이라 남까지 데리고 이계(貽契)할 수 없다 하여 돌아왔다. 오는 길에 장 속장(屬長)의 이불 한 채를 얻어왔다. 집 주인 박노인(朴老人)이 아직 개대를 하지 않으니 민줄을 대고 그냥 참고 있다가 형편(形便)을 보아 집으로 갈까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나도 박노인(朴老人) 초막(草幕)에 올라가 볼까하고 처(妻)를 데리고 산길로 올라갔다.


그 날도 자꾸 비행기(飛行機)가 끊임없이 날라와 휙 한 바퀴 돌고 간다. 비행기(飛行機) 소리가 날 때마다 풀포기를 찾느라고 분망(奔忙)하였다. 이때 일병(日兵)이 무산방면(茂山方面)으로 들어가 산중(山中)에 흩어져 숨은 고로 소련비행기(蘇聯飛行機)는 이 잠복(潛伏)한 일병(日兵)을 찾으려고 매양 비행기(飛行機)로 산중(山中)을 순시(巡視)한다고 하여 우리의 산상(山上)도 위험(危險)하고 또한 초막(草幕)도 도리어 위험(危險)하다고 말을 듣고 곧 집으로 돌아와서 부근(附近) 개천가 혹 전야(田野)간에 배회(徘徊)하고 산림(山林)속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철모르는 인원, 인수군에게도 부탁(付託)하여 산상(山上) 금(禁)하였다.


그리고 나는 날마다 남(南)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청진(淸津)의 소식(消息)을 물어 보았다. 혹은 말하되 아직 전화(戰火)가 그치지 않았다고 하며, 혹은 시내(市內)가 평온(平穩)무사하고 피난민(避難民)은 도로 돌아오라는 군령(軍令)이 있다 한다. 청진방면(淸津方面)은 총(銃)소리가 없고 다만 나남방면(羅南方面)에서만 포성(砲聲)과 포연(砲煙)이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몰려 치미는 흑연(黑煙)은 하늘을 가리우고 악취(惡臭)가 코를 찌르는 듯하여 아직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