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5 21:02
2. 사변(해방)으로 피난생활
* 미 비행기 종종 비래(飛來)
동년(1945년) 7월경에 미일전쟁(美日戰爭)은 바야흐로 치열(熾烈)하여 일본(日本)은 남양군도(南洋群島)를 다 잃어버리고 오끼나와까지 상실(喪失)하게 되고 동경(東京)과 구주(九州)의 하늘엔 날마다 폭탄(爆彈)이 떨어져 인축(人畜)의 사상(死傷)이 많고 가옥소실(家屋燒失)은 말할 수 없이 참혹(慘酷)하였다. 미국 육해군에서는 조선에 두남을 두어 폭탄(爆彈)을 던지지 않키로 방송(放送)까지 있었다고 하여 다소(多少) 안심은 하였지만 전쟁(戰爭)이 극히 치열(熾熱)하게 되면 어찌 옥석(玉石)을 가리리요 하고 공포심(恐怖心)도 불무(不無)하다.
설마하고 기다리던 중 7월 20일경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청진(淸津)상공(上空)에 미국비행기 6-7대가 날라 오고 휙 한 바퀴 돌아다니다가 가곤 하였다. 그 후에는 낮에는 오지 않고 매양 밤이면 4-5대 혹 6-7대씩 날러왔다가 가더니 8월경 어느 날 밤 인지 거진 10시쯤 되어서 원철(原鐵)앞, 적십자병원(赤十字病院)앞 인가(人家) 희소(稀少)한 들판에 기뢰(機雷) 한 개가 떨어졌다. 한(限) 오리(五里) 이내(以內) 가옥(家屋)의 유리(琉璃)가 죄 깨여지고 그 부근(附近) 가옥(家屋)은 전부 도괴(倒壞)가 되고 기와장은 전부 날라 가고 모래땅은 수십(數十)길이나 파여 들어갔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기뢰(機雷) 몇 개만 청진(淸津)시내(市內) 에 떨어진다면 청진시(淸津市)는 재가 되고 말 것이라고 하며 그 이튿날부터는 피난(避難)가는 이사짐이 길에 널리었고 시내(市內) 인심(人心)은 매우 소란(騷亂)하여졌다.
우리 화원동(花園洞) 동민(洞民)들은 사이렌소리만 나면 우리 교회의 지하실(地下室)로 모여든다. 방공호(防空壕)가 있지만 그리로 가지 않고 다 지하실(地下室)로 모여들어 밤이면 남녀노소(男女老少) 물론 하고 육십여명씩 지하실(地下室)에 모여 밤을 새운다. 어느 남자청년이 말하기를 동경(東京)에서도 교회당은 폭격(爆擊)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교회당 지하실(地下室)에 있고 또 목사님이 계시니 아무 염려가 없다하며 다 안심하라고 권고(勸告)까지 한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은 나보고 피난(避難) 가라고 권하나 교회를 버리고 어디가리요 또 교회가 곧 나의 피난처(避難處)이라 생각하고 지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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